북서울미술관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생물체, 특히 인간신체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탈옥하여, 기술과학에 의해 인공적으로 제작된 생명체-바이오팩트로 변신하는 과정을 예의 주시하며, 장애와 청소년기를 압박하는 정상성 개념과 기성 언어의 해체를 시도한다.?

서울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은 커뮤니티 중심 미술관으로 특화되어, 지역 청소년과 대학생, 가족단위 관객들이 친숙하게 여기는 전시장이자 놀이터로, 학습장으로 자리잡았다.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천진난만, 순진무구의 동심 신화, 교육과 계몽의 확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신체의 연장이자 마음의 보완이라는 측면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인간을 다각도로 결합한다. 이에 보철 디자인, 메타몰포시스 애니메이션, 인간과 기계가 연합해 만들어내는 로우테크 에너지, 삼차원 에세이들이 그 결합의 각도들을 SF적인 오리엔테이션에 따라 맞춰본다.

8월 북서울미술관 커뮤니티 갤러리에서는 청년 예술가들과 활동가들이 예술, 기술, 그리고 장애의 관계를 모색하는 <불확실한 학교>가 운영된다. <불확실한 학교>는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예술 창작활동을 독려하는 동시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학습해온 배타적인 가치관이나 차별의 정서를 탈학습한다. ‘불확실한 학교’를 기획한 최태윤 작가는 탈학습을 “확실성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로는 표현될 수 없는 잠재력”을 탐구해가는 과정 중 하나로  이해한다.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SF가 과학소설과 추론소설 모두를 가리킨다고 이해한다. 과학기술과 미디어 발전에 대한 엄밀한 묘사에 치중하기보다는,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과 실험정신을 부풀려 지금의 세상과 인간의 장래를 투사해본다는 점에서,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추론소설의 전제를 따른다. 한편, 철학적 논리와 과학적 체계를 갖추어 미래의 구체적인 장면들과 현재에 대한 비판적 장치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과학소설의 원리를 존중한다. 추론소설의 추상적 층위를 꺼리지도 과학소설의 대중문화적 함의를 배제하지도 않으면서, 미술이 그려내는 허구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