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신시아 마르셀

〈라이트모티프〉, 2011, 비디오, 16:9, 4분 16초
〈자동차〉, 2012, 비디오, 16:9, 7분 11초
〈대치〉, 2005, 비디오, 4:3, 7분 50초

작가 및 베르멜료 갤러리 제공

? 위치:?서소문본관

〈같은 세계의 반복〉, 2009-2010, 설치, 지워진 칠판, 분필 가루와 지우개, 120 x 840 x 10.2 cm, 작가 및 베르멜료 갤러리 제공
? 위치: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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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바닥이 화면에 잡히고, 어디선가 물이 부어지고 흘러내리고 씻겨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잠시 뒤 화면의 밑부분에서부터 거품 섞인 물이 조금씩 새어 올라오다가 곧 물이 바닥 전체를 뒤덮는다. 물 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거품 가득한 물을 화면 한 가운데로 밀어내는 빗자루들이 사방에서 등장한다. 물을 쓸어내는 소리는 점차 격렬해지다가 갑자기 멈추며 이내 빗자루들도 전부 사라진다. 신시아 마르셀은 일상의 소란스러움, 신체의 움직임, 일반적인 재료들의 매력에 주목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여 왔으며, 〈라이트모티프〉 역시 일상의 작은 일들을 유쾌하며 시적인 작업으로 변모시켜 보여준다.


〈자동차〉에는 여느 평범한 평일 낮 시간 도심 속 양방향 도로 위를 속도를 내며 달리는 자동차들이 카메라에 잡힌다. 잠시 뒤 한쪽 도로가 꽉 막히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하더니 도로 위에 고장 난 채 연기를 내뿜는 차들이 등장한다. 자동차 주인과 동승자들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차를 밀고 가는 모습이 포착되고, 이어서 반대쪽 도로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모든 도로 위의 차들이 사람들의 손으로 밀려가며 서서히 밤을 맞이하고 만다. 달리는 기능을 잃어버린 자동차, 차를 끌고 가야만 하는 신세가 돼버린 운전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삶의 속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자동차를 앞으로 밀고 나가다 결국 어두운 밤에 갇히는 운전자들은 코린트의 사악한 왕으로 사후 지옥에 떨어져 큰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일을 한없이 되풀이했다는 시시포스 왕을 떠올리게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대치〉에는 보행자 신호가 켜진 횡단 보도 위에서 횃불로 저글링을 하는 두 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은 차량 통행 신호로 바뀌면 저글링을 멈추고 각자 반대쪽 보도로 흩어지며, 멈춰 서 있던 차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달린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저글링을 하는 사람들은 두 명에서, 네 명, 여섯 명, 여덟 명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 명이 차량 통행 신호에도 움직이지 않고 저글링을 계속하자 조용했던 자동차들은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그들 사이를 밀고 지나가려는 듯 위협적으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저글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밝아지는 불빛과 이들이 신호에 맞춰 움직이지 않기 시작하자 커지는 경적 소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사회의 질서정연한 체계에 균열이 일어났을 때를 상상하게 만든다.


신시아 마르셀의〈 같은 세계의 반복〉은 교실에서 흔히 사용되는 칠판을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쓰고 지우고 덧쓰는 과정이 담겨있는 하나의 세계로 바라보며 배움에 대해 보다 확장된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배움의 과정에서 발견되고 재발견되는 것들의 세계, 확실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시 바라보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수평으로 길게 연장된 칠판은 기록과 삭제의 흔적을 확대해서 담아내며, 현재는 지워져서 볼 수 없게 된 과거의 수업들을 떠올리게 한다.

신시아 마르셀

1974년 생. 상파울루에서 활동.
신시아 마르셀은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 출신으로, 미나스 게라이스 연방대학(1997?1999)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현재 벨루 오리존치에 있는 영화·미술 제작 및 연구 프로덕션인 카타시아 필름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마르셀의 작품은 아바나 비엔날레(2006), 리용 비엔날레(2007), 〈브라질 미술의 파노라마〉(상파울루 / 마드리드, 2007?2008), 상파울루 비엔날레(2010), 〈노 론 존(No Lone Zone: 1인 출입 금지 구역)〉 (테이트 모던, 런던, 2012), 뉴뮤지엄 트리엔날레 (뉴욕, 2012), 시케이로스 퍼블릭 아트 룸 (멕시코시티, 2012), 던디 현대미술(스코틀랜드, 2012), 메르코술 비엔날레(2013, 2014), 이스탄불 비엔날레(2013), 샤르자 비엔날레(아랍에미리트, 2013, 2015), 〈제체시온〉(비엔나, 2014)과 같은 유수한 그룹 전시에 초청 전시되었다. 마르셀은 국제 퍼포먼스상(트렌토, 2006), 가스웍스 트레인 (trAIN: transnational art, identity and nation) 레지던시 어워드(런던, 2009), 미래 세대 미술상(키예프, 2010)을 수상했고, 올해 MoMA PS1 듀플렉스 갤러리(뉴욕)에서 열리는 개인전 작가로 초청되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라이트모티프〉, 비디오 스틸, 버나드 마샤두 프레임

〈대치〉, 비디오 스틸, 브루노 두 카바코 프레임

〈자동차〉, 비디오 스틸, 루카스 바비 프레임

〈같은 세계의 반복〉, 캠버웰 대학교 설치 전경, 마이클 애스버리 사진

〈같은 세계의 반복〉, 캠버웰 대학교 설치의 세부, 마이클 애스버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