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생활미술관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미디어 테크놀로지 발전 못지않게, 뉴미디어를 통해서 생성되는 가변적인 공동체와 그안에서 통용되는 미술언어의 가치를 실험한다.?
남서울생활미술관은 서울 도심재개발사업으로 인해, 대한제국 당시 벨기에영사관 건물을 중구 회현동에서 지금의 사당역 근방 남현동 자리로 이전한 이후, 공예와 디자인 전문 미술관으로 조성되었다. 원래 자리에서 엉뚱한 장소로 이전된 때문인지, 경기권과 강남이 연결되는 서울의 대표적 진출입 지역인 사당역 주변 상권 속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신고전주의양식의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 우리는 갑자기 낯선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유럽 전통 건축물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 그와 얽힌 근대사적 흔적에 대한 불명확한 향수, 그리고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교통요지의 분주함과 고단함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이 뒤섞여, 이는 마치 알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 타임슬립을 하게 된 경험과 유사하다.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8월 한여름 한달여 동안 이곳에 임시학습공동체, <더 빌리지>를 꾸린다. 남서울생활미술관 1층과 앞마당에 자리잡은 <더 빌리지>에는 지식과 기예를 아우르는 배움의 과정에 식사와 담화, 휴식 시간이 더해지며, 비엔날레 기간에는 프리비엔날레부터 여름캠프까지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와 후속강좌가 진행된다.
남서울생활미술관 2층에는 복도 양방향으로 나열된 방마다 여성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작업들이 들어선다. 이들 미디어 공간은 고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이어지기도 하며, 높게 솟은 창문으로 외부와 통하고, 때로는 무리를 이루면서, 개별작품을 담아내는 군도처럼 형성된다. 여기 모인 작업들은 도시, 자연, 사이버공간, 추상영역 등을 SF적 환경으로 변모시키며, 사람의 몸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발전을 통해 어떻게 변화했고 변화하는지를 수행한다. 한편, 이곳에 초대된 유일한 남성이자 <미디어시티서울> 2016 최고령 참여작가인 한묵은, 아폴로11호 달착륙 이후 반세기에 걸쳐, 모든 공간을 2차원 회화 표면으로 종착시키는 궤적을 남긴 바, 뉴미디어의 새로움이라는 가치에 반문한다.
<더 빌리지> 여름캠프로 시작된 남서울생활미술관의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일상적으로 ‘여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해방구이자 매일 배움을 마다하지 않는 학습공동체이며 임시적 리얼 유토피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