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뒤틀림〉 연작은 비유클리드적 기하학인 위상수학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우주 공간의 다양한 변화와 가능성을 상상하여 형상화한 작품이다. 비대칭 나선으로 순환하며 안과 밖이 교차되는 그물망 구조의 유기적인 결합은 뫼비우스의 띠로 대표되는 상호순환 원리를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이자 전선의 역할을 하는 동선을 통해 흐르는 전기가 정교한 회로를 통해 밝히는 LED 불빛에 의해 강조된다. 또한 응집과 확산을 표현하는 LED 빛의 효과로 우주 공간의 환영을 느낄 수 있다.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소개되는 이번 작품은 전시가 열리는 다른 장소와의 상호적 관계와 순차적 유기성을 강조하며, 보다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차원에서 열리는 사유의 지평을 가늠하게 한다.
작가 김주현은 일률적인 단위 형태들이 단순한 규칙에 따라 연결되어 매우 복잡한 형태로 귀결되는 작업을 제작해 오고 있다. 작가는 수백 가닥의 전선과 작은 LED 전구들을 이용한 2011년 작 〈기억의 노선〉에 대해 “전기가 흐르는 것만큼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불이 들어오는 작업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전시된 10점의 드로잉들은 〈기억의 노선〉 작업을 위해 작가가 2010년부터 2011 년 사이에 걸쳐 제작한 작품들이다. 이는 끊임없이 접속하며 순환하는 ‘관계’에 주목하고, 그 관계의 기호로서 작업을 변모시켜 온 작가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김주현
1965년 생. 서울에서 활동.
김주현은 단위가 되는 개체들이 일련의 법칙으로 결합되어 발생하는 형태와 구조를 조각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미술가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십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공공장소에서 작품을 소개하며 미술활동을 한다. 2009년에는 록펠러 재단 벨라지오 레지던시에 참가한 바 있다. 프랙탈, 카오스, 복잡성과 같은 현대과학의 사유를 조각으로 가시화하고, 이를 통해 현대 미술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경첩〉, 〈생명의 그물〉, 〈토러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