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비디오 스틸

함양아

〈잠〉, 2015, 비디오 설치, 반복, 가변 크기, 네덜란드 몬드리안 재단, 한국 독일문화원, SBS 문화재단/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활동기금 제작 지원, 프로듀서: 김종규, 김재홍

〈I came for 행복/항복〉, 2011, 네온설치, 가변크기

, 1000

체육관은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 복지적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지만, 재난이나 위기의 상황에서는 임시 대피소로도 이용되며, 〈잠〉에서 보여지는 체육관과 사회적인 몸들은 각각 지금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들을 상징한다. 체육관 바닥에 어지럽게 놓인 검은색 매트 위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그들 옆에 나란히 놓인 의자에 꼿꼿이 앉아 상황을 바라보다가 잠이 드는 사람들, 바닥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옆에 앉거나 서서 어떤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의 일차 피해자들, 의자에 앉아있다가 잠이 드는 사람들은 사회의 여러 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입장들, 행위를 통해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통제하는 사람들은 사회 시스템을 대변하는 법이나 사회적 규율 등의 은유적 표현이다. 종종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카메라 앵글들은 이들의 잠이 결코 편안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하며, 지금 현재 여러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기의 상황들을 대면하는 개인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담는다.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바는 어떻게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고 재구성하여 추상화된 리얼리티 (abstract reality)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최근에 우리의 기억에 새겨진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을 추상화하여 다시 그 안에서 도달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 저는 이 작업을 통해서 지금 현재, 여러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기의 상황들을 대면하는 개인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면서 어떻게 감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가 고민되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해 리서치와 병행하는 작업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출발점으로 현재의 우리의 불안한 초상을 이번 작업에서 비추고 싶었습니다.” (함양아)


빛이 켜지고 꺼짐에 따라 행복/항복을 교차로 보여주는 〈I came for 행복/항복〉은 보는 이에 의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행복과 항복이 반대되는 의미이거나 아니면 같은 의미일 수도 있고, 또는 한 단어가 다른 단어와 인과관계를 맺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 파생이 갖는 아이러니는 일순간 드러난 진실이면서 상상/환청/ 환시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언어가 갖는 한계이자 물질적인 완고함의 제한성을 드러내고 있다. 행복/항복의 대립항 못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은 그 모순을 추구하며 여기에 도달했다는 동사가 보여주는 의지의 역설적인 측면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복/항복의 부조리한 질문은 마치 대립항 사이의 간극을 촘촘히 채워가려는 듯이 보인다. 한국어와 영어라는 다른 언어구조는 각각 수평과 수직의 배열에 의해 이질적인, 새로운 차원의 언어를 상상하게 하는데 이 작품의 소재인 네온이 이런 상상을 촉발시키고 있다.

함양아

1968년 생.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함양아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회화와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뉴욕대학교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였으며, 2006년에서 2007년까지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수년간 개인의 삶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연속적인 프로젝트, 〈형용사적 삶:?넌센스 팩토리〉(아트선재센터, 서울, 2010), 〈트랜짓 라이프〉(금호미술관, 서울, 2005), 〈드림…인 라이프〉(인사미술공간, 서울, 2004)를 진행하였다. 그룹전으로 〈불협화음의 하모니〉(아트선재센터, 서울, 2015 / 히로시마 MOCA, 히로시마, 2015), 〈소통의 기술: 앙리 살라, 함양아, 필립 페라노, 호르헤 파르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서울, 2011), 광주 비엔날레(2010), 상하이 비엔날레(2008), 부산 비엔날레(2006)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올해의 예술상(아르코, 2005),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2008)에 선정되었고 네덜란드, 터키, 한국의 동료 작가들과 아티스트 이니시에이티브 프로젝트 〈be mobile in immobility〉(DEPO, 이스탄불, 2011 / 토탈미술관, 서울, 2011)를 공동 기획하였다. 2013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선정되어 〈넌센스 팩토리〉?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3)를 진행하였다.

〈잠〉, 비디오 스틸

〈I came for 행복/항복〉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