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앙 마리아 구즈망 + 페드루 파이바
주앙 마리아 구즈망 + 페드루 파이바는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지만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던 사물들과 순간들을 포착해, 소리 없이 재생하는 영상 작업들을 선보인다. 소리가 완전히 제거된 영상은 오히려 화면 속 움직임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들며, 대체로 느릿하지만 순간 빨라지기도 하는 묘한 재생 속도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움직임과 움직임의 사이를 새롭게 경험하게 만든다. 단면을 드러내며 잘려나가는 과일과 야채들, 다리를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는 게 모양의 대형 입간판, 박제된 바닷가재와 그 주변에 매달려 기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장식품과 거울, 뜨거운 불 속에서 만들어져 꺼내 올려지는 그릇, 영사기를 통해 한 장면씩 상영되고 있는 화면 등을 담은 각 1분 30 초부터 8분 가량에 이르는 짧은 11개의 16mm 필름 영상들은 6대의 영사기에 나뉘어 상영된다. 관람객들은 의도적인 영사기의 거리 및 비율 조정 등으로 전과는 다르게 보여지는 사물들과 순간들을 접하게 된다.
“우리가 가지는 개념상의 주요 관심사는 테크닉과 테크놀로지이다. 기술적인 장치에서부터 진보의 이념, 그리고 인류학적으로나 형이상항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든 포착해내는 묘사적인 영상 소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업물에 담기는 인간의 자기재현이라는 패러독스에 대한 반성, 그리고 기계적인 것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면을 특별히 반영하는 영화적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 (주앙 마리아 구즈망 + 페드루 파이바)
주앙 마리아 구즈망 + 페드루 파이바
주앙 마리아 구즈망 1979년 생, 페드루 파이바 1977년 생. 리스본에서 활동. 포르투갈 작가 주앙 마리아 구즈망과 페드루 파이바는 2001년부터 오브제, 설치, 16mm 및 35mm 단편필름을 공동으로 제작해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전반적으로 일종의 ‘재창조의 형이상학’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포르투갈 시인 알베르투 카에이루(페르난두 페소아)가 보여주었던 유물론에 관한 다층적인 현대 미학 실험을 어느 정도 따르면서 이들 스스로 재창조해낸 장르다. 유사 과학적 실험에 관한 연출된 에피소드와 시퀀스로 구성된 단편 필름은 시적이면서 동시에 코믹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구즈망과 파이바의 최근 작업은(영화 촬영 언어이기도 한) 움직임과 시간성 개념을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 작업들은 초창기 필름의 선구자인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와 에티엔트-쥘르 마리를 참고하면서, 자신들의 실천적인 실험과 스스로 고안한 개념을 통해 구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