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압바스 & 루안 아부라암
우린, 난, 넌
소심해서 혹은 용감해서
여기에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는 사람이다.
칼 한 자루, 카메라 한 대,
우리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신화에 대한 책 한 권을 가지고.
— 에이드리언 리치, 한지희 옮김, 「난파선으로 잠수하기」, 『문턱 너머 저편』,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11, 217쪽.
5채널 영상과 설치 작업 〈하지만 내 마스크는 강력하다〉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난파선으로 잠수하기」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작업으로, 아랍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을 직시한다. 영상에서는 작가가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직접 방문해 모은 이미지들 위로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일부분이 텍스트로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팔레스타인에서 가져온 나무 보드, 콘크리트 벽돌과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에 등장하는 카메라, 칼, 신화에 대한 책 등이 중요한 오브제로 설치된다. 그리고 이 오브제들이 영사기의 빛에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그림자, 확대 또는 축소된 이미지들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가는 특정 장소로서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통해 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즉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접근해 볼 것을 권한다.
바젤 압바스 & 루안 아부라암
1983년 생. 라말라와 뉴욕에서 활동.
바젤 압바스와 루안 아부라암은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 설치, 퍼포먼스에 걸쳐 두루 공동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이들은 점차 욕망과 재난의 정치로 움직이는, 영원한 위기 상태, 끝없는 ‘현재’로 이야기되는 현대의 풍경을 탐구한다. 유예된 현재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온갖 다른 이미지들이 어떻게 출몰하는지를 탐색하는 수 많은 작업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에서 자연 발생적인 내러티브, 인물, 제스처, 장소 등을 현재의 가능성을 재상상하기 위한 도구적 물질로 발굴하고 작동시키고 발명해나간다. 또한 회귀, 망각, 데자뷔 같은 개념을 반추하면서 실제와 프로젝션(픽션, 신화, 희망) 사이의 미끄러짐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존재 ‘하는’ 것과 존재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미끄러짐이다. 주로 연구에 기반한 이들의 프로젝트는 통상적으로는 상이한 것으로 여겨지는 순간들의 장소적-시간적 울림에 관해 탐구한다. 이들의 접근 방식 중에는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 오브제 등의 형식을 띠는 샘플링 재료(기존의 소재 또는 직접 만든 것)가 압도적으로 많고, 이것들을 모두 다시 새로운 ‘스크립트’로 재구성한다. 그 결과, 멀티미디어 인스톨레이션과 라이브 사운드/ 이미지 퍼포먼스의 형식을 취한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 장소에 관한 지극히 본능적이고 물질적인 가능성에 관해 탐색하는 실천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