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위그
〈무제(인간 가면)〉의 배경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도시이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유령 도시를 배경으로 사람 얼굴 모양의 가면을 쓴 원숭이 한 마리가 유일하게 등장한다. 작가는 실제 일본 전통 음식점에서 손님들에게 물수건을 가져다 주거나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는 원숭이 종업원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연민과 두려움을 오가는 기묘한 감정을 느꼈고, 동물과 인간 사이의 애매모호한 관계에 매료되어 이들 중 한 마리를 섭외한 후 이 작품을 촬영하였다. 허름한 식당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원숭이는 매끄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무표정한 사람 가면과 가발을 쓰고 습관적으로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행동을 반복한다. 작가는 재난 후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속 혼자 남겨진 ‘원숭이 종업원’이라는 인위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함으로써, 인간이 상정한 자연에 대한 우월성과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동물들이 사용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피에르 위그
1962년 생. 산티아고에서 활동.
피에르 위그는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다수의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2014), 루드비히 미술관(쾰른, 2014), 파리 퐁피두센터(2013), 타마요 현대미술관(멕시코시티, 2012),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센터(마드리드, 2010),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2010), 테이트 모던(2006), 스톡홀름 현대미술관(2005), 아일랜드 근대미술관(더블린, 2005), 뉴욕 구겐하임미술관(2003), 스테델릭 판 아베미술관(에인트호번, 2001), 시카고 현대미술관(2000), 파리 현대미술관(1998)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 밖에 위그는 도큐멘타 XI(2002), XIII(2012), 이스탄불 비엔날레(1999), 카네기 인터내셔널(피츠버그, 1999), 마니페스타 2(룩셈부르그, 1998), 제2회 요하네스 비엔날레(1997), 리용 현대미술 비엔날레(1995)에 참가했다. 쿠르트 138 슈비터스 상(2015), 로즈비타 하프만 상(2013), 스미스소니언 미국현대미술가상(2010), 휴고보스상(2002), DAAD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그랜트(베를린, 1999?2000)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