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래
원자재, 기계 장치, 조각 재료의 파편과 영상물 등 서로 다른 요소가 한데 묶인 〈무너지는 것들?나의 가장 과격한 꿈 속에서〉는 논리적 서사가 물질적 세계로 붕괴될 때의 즐거움과 해방감에 관심을 두고, 그 과정 및 결과를 조형 언어로 포착하고자 하는 실험에 기초하고 있다. 무대 구조물과 더불어 질감, 속도, 형태, 자기 움직임의 반경이 다양한 조각들은 흩어진 형태로 관객에게 자신의 몸을 제시한다. 두 가지 절(節)로 분리되어 있는 이 작업물의 제목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업물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 절은 연쇄 이미지를 구현하는 피슐리/ 바이스의 비디오 작업 〈The Way Things Go〉에 대한 오마주이지만, 이와는 달리 연쇄작용의 질서에서 이탈하고, 원제의 문구를 변형해 채택함으로써 언어적 오마주를 시도한다.
두 번째 절은 수면 상태에 있는 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그리하여 언제든 쌓아 올린 서사가 다시금 뒤집히고 무너지는 과격한 꿈을 지시한다. 이런 종류의 꿈 속에서 일들은 무한질주의 속도로 전개되다가도 백지로 돌아오거나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곤 한다. 그곳에서 미래와 과거, 성공과 실패, 작은 소망이나 커다란 야망은 서로 구분되지 않으며 절망감이 곧 즐거움이자 해방감이 되기도 한다. 작업물을 구성하는 각 구조물은 갑작스럽거나 조용한 하강 상태, 과잉과 과장, 불완전한 연쇄작용 등 다양한 행위를 재현하면서 각자의 유사-내러티브를 수행한다. 작업물 일부는 때때로 기능하기 위해 존재하고 존재하기 위해 기능한다. 일련의 행위들 내에서 어떤 조각은 다른 조각의 결함을 보강하기 위해 조각이 된다. 작업물의 또 다른 일부는 물성의 한계로 인해 오작동하는 모습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과격한 꿈의 이미지이기도, 작업실에서의 노동이기도, 매일 매일의 연극이기도 한 본 작업물은 개별 조각들이 뒤섞여 하나의 몸체를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관념적 차원과 물질적 차원이 같은 층위에서 수행되고 서로 포개지는 소우주를 제시한다.
이미래
1988년 생. 서울에서 활동.
이미래는 서울대학교에서 2013년 조소과 학부 과정을 마치고 독립적 작업 활동을 진행해왔다. 조각 매체가 지닌 둔탁함에 관심을 두고 설치, 키네틱, 사운드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3차원 작업물이 갖는 박력과 귀여움 및 입체 매체 고유의 휘발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첫 개인전 〈앞에서 본 누락〉(갤러리 온그라운드, 서울, 2014)에 이어 〈낭만쟁취〉(인사미술공간, 서울, 2014)에서 로우테크 기반의 키네틱 설치 및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