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 사진, 2016

주황

〈의상을 입어라〉, 2016, 사진, 라이트박스, 각 190 x 65 cm

, 1000

19세기말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베리스모 오페라는 사실주의 문학운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자나 농민의 가난하고 고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 대표작인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의 테마곡 〈의상을 입어라〉는 유랑극단 배우 카니오가 아내의 부정을 목격한 직후에 슬픔과 격정에 휩싸여 부르는 아리아이다. “의상을 입고, 분칠을 해라. 관객을 돈을 내고 왔으니 웃고 싶어한다. [...] 웃어라, 광대여, 네 깨진 사랑을 향해! 네 마음을 해치는 슬픔을 향해!”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관객들 앞에서 희극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처럼 다양한 노동 형태의 ‘의상을 입고’ 소비자/자본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자신을 통제하는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현실이 되었다. 지난 십여 년간 진행된 한국의 신자유주의화에 따른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빈부차의 심화는 소비주체를 향한 서비스산업의 강화를 야기했고 이에 따라 모든 형태의 노동이 본연의 역할을 너머 잠재적 감정 노동화 되는 현상이 진행된 것이다. 일반 직장에서도 권력관계로 인한 감정노동은 직장인의 일상이 되었고 감정은 더 이상 개인의 특성이 아닌 일종의 상품이 되었다. 〈의상을 입어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 노동자들이 (학생,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사무원, 마트 직원, 자영업자, 주부, 디자이너, 연극인) 불특정 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오페라에서처럼 관객/소비자/ 자본가를 대면하는 상황을 정형화된 작업장을 배경으로 재현한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베리스모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상호간의 시선의 교류가 사라진 관계 속에서 전면화된 노동의 왜곡과 소외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드러냈다.

주황

1964년 생. 서울에서 활동.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와 예일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뉴욕에서는 아시안 여성의 타자화된 정체성에 관한 작업을 하였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도시의 인공 자연물과 건축물의 변이를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들은 하나의 체제가 또 다른 것으로 변환/대체되어 갈 때 생기는 불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본과 노동, 상품을 지속적으로 순환시켜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에 관한 비유적 고찰이다.

주황 사진, 2016

주황 사진, 2016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