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타스 지 안드라지
〈태평양〉은 안데스 산맥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칠레가 남미 대륙에서 분리되어 섬이 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볼리비아에 방문했다가, 1879년 칠레와 볼리비아-페루 연합군 간에 벌어졌던 남미 태평양 전쟁에 대한 볼리비아 국민들의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는 미묘한 감정을 직접 목격하고,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전쟁에서 패배해 칠레에 해안 연안의 영토를 빼앗긴 볼리비아에서는 당시 전쟁의 불의를 기록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 만큼 여전히 민감한 주제인 반면, 칠레에서는 전쟁의 발발에 대한 얘기보다는 칠레가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라는 점만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종이와 스티로폼(실제 이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교육 자료)으로 만들어진 모형 산과 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땅이 갈라지는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이는 진실의 개념, 상대적 신뢰도, 역사적· 사회적 감정, 정치적 조작 등에 대한 문제들을 건드린다. 애니메이션에 이어 흑백 보도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지나가면서 칠레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내레이션이 단호한 어조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어제, 무질서, 폭력, 불안”, “오늘, 질서, 평화” 등의 단어가 차례로 언급되는 식이다. 영상은 태평양과 칠레 연안 지도 이미지를 배경으로 실제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깔리다가 노래와 함께 끝을 맺는다. 완전히 상반된 톤의 이 내레이션들은 과연 진실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15m 가량의 벽면에 142점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분포되어있는 〈네고 봉 40개에 1헤알〉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에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유명한 바나나 사탕인 네고 봉(Nego Bom) 을 만드는 과정이 상세한 레시피와 함께 그림으로 보여진다. 두 번째 부분은 40 명의 일꾼에 대한 개별적 특징, 하는 일에 대한 설명, 일터에서의 관계, 사적인 내용까지 모두 적힌 임금 계산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들의 임금은 단순히 업무량에 따라 숫자로 계산된 것이 아니라 고용주와의 관계와 각 개인의 개별적인 측면을 반영하여 측정된 것들인데, 실제 작가가 조사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이는 포스트식민주의, 포스트노예제도, 저임금 노동 등의 문제를 더 면밀히 들여다 보면서 식민지개척자, 노예, 인디언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브라질 문화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낸다. 작가는 네고 봉 사탕을 파는 시장 상인들이 흔히 외치는 “네고 봉 40개에 1 헤알(브라질 통화)”이라는 소리를 작품 제목으로 가져왔다. 포트투갈어로 네고 봉은 문자 그대로 좋은 흑인(good black) 을 뜻하는 단어이며, 네고(nego, 남성) 혹은 네가(nega, 여성)는 서로를 친밀하게 부를 때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어학적으로 봤을 때 이 단어는 역사적, 식민지적, 인종차별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
1982년 생. 헤시피에서 활동.
안드라지는 상파울루 문화센터(2010), 베르멜료 갤러리(상파울루, 2010, 2013), 리스본 쿤스트할레(2013), 몬트리올 현대미술관(2013), 리우 현대미술관(2013), 알렉산더 앤 보닌 갤러리 (뉴욕, 2014)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메르코술 비엔날레(포르투알레그리, 2009), 상파울루 비엔날레(2010), 이스탄불 비엔날레(2011), 뉴뮤지엄 트리엔날레〈 언거버너블스〉(뉴욕, 2012), 리용 비엔날레(2013), 다카르 비엔날레 (2014),〈 같은 태양 아래: 라틴 아메리카 현대미술〉(구겐하임미술관, 뉴욕, 2014)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