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민
최저임금위원회의는 다음 해 최저 임금을 결정하는 자리이자 협상하는 자리다. 1987년에 발족한 이 회의는 오늘날까지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6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확인하려면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의 내용을 추측하고 상상해 보는 수밖에 없다. 현재가 결정된 과정이 어떠했는지 알기 위해서 미래의 임금을 협상하고 있는 과거 회의 내용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영상 작업 〈12〉는 각종 자료를 토대로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의 내용을 복기해 대본으로 삼았으며, 십 이인의 등장인물이 열두 번의 회의를 재현한다. 또한, 우와좌왕 하지 않는, 순서대로 작동하는 기계 움직임 장면이 회의 장면과 갈마든다. 이 작업은 공적이고 인간적인 토론 행위가 점점 밀실과 사적인 공간에서만 성립되는 현상을 강조하면서, 미래의 국가와 민주주의가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병원〉은 차재민 작가가 제작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의 공식 1차 트레일러이다. 병원과 미술관 공간의 유사성을 염두에 두고 간병인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종합병원의 밤 풍경을 재현했다. 실제로 가족이나 간병인들은 늦은 밤 병원 복도에서 줄지어 걷기 운동을 하곤 한다. 환자들의 건강을 회복하는 공간인 병원에서, 때로 환자보다 간병인들이 더한 시름에 잠기기도 할 것이다. 1차 트레일러는 간병인들이 걷기 운동을 하는 그곳, 그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2차 공식 트레일러는 전시 제목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의 출처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읽고 구상한 영상으로 지하철 차고지에서 촬영했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라는 구절에 등장하는 ‘혹은’ 이 주는 어감, 경직되지 않는 것, 잠자코 바라보는 것, 얼떨떨한 기분으로 상상하는 것, 그런 정서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 영상은 지하철이 정차된 곳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구체적 상황을 제시한다.
차재민
1986년 생. 서울에서 활동.
차재민은 두산갤러리 서울(2014)과 두산갤러리 뉴욕(2015)에서 개인전 〈히스테릭스〉를 개최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2015), 전주국제영화제(2015), 족자카르타영화제(2014), 일민미술관 (서울, 2014), 펜실베니아대학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2014), 국제갤러리(서울, 2013) 등의 그룹전 및 페스티벌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