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1] 영매 Medium / 9월 2일−5일
미디어와 미디움(영매)은 같은 어원을 갖는다. 이 섹션은 영상 기술로 주술을 담아내거나, 적어도 주술의 기억에 관해 말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의, 신비, 환상, 공포 등은 현대의 과학 기술이 몰아내려고 하지만, 언제나 문화의 기층으로부터 매혹적인 서사를 제공한다. 그것은 때론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들춰내기도 하며 현대가 정복하지 못하는 장소를 지시하기도 하고, 상상력의 가치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SECTION 2] 아시아 고딕 Asian Gothic / 9월 11일−17일
‘네오 고딕소설’은 흔히 서구 후기낭만주의 문학에서, 환상, 외계, 트라우마, 불가사의, 공포, 숭고 등을 다루며 산업사회와 과학기술에 대한 근대의 불안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괴담이나 공포영화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 지역에서 위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수 많은 이야기들은 ‘네오 고딕’의 세계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도 그것과 다르다. 유령이 등장하고 말하는 방식, 환상의 역사적인 연원, 과거와 현재의 관계, 외계 상상의 관습 등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아시아 고딕’은 사실 ‘아시아 고딕?’ 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SECTION 3] 냉전극장 Cold War Theater / 10월 14일−19일
이제 냉전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냉전의 영향은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냉전은 이데올로기 갈등에 기원을 둔 미-소 블록 사이의 대결로 인식되지만, 이제는 이념과의 관련성을 대부분 상실한 대신 정치문화와 기억의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는 면에서 하나의 ‘극장’으로 비유될 수 있다.
[SECTION 4] 그녀의 시간 Her Time / 11월 4일−9일
이 섹션에 속한 영화들은 구술과 증언의 가치를 확인해준다. 주로 할머니들의 말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말의 진실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증언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기까지 지나가버린, 보이지 않는 그 긴 시간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할머니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많은 사람들은 그녀들이 겪었던 것을 또 겪어야 했던 반면 어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새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SECTION 5] 다큐멘터리 실험실 Documentary Lab / 11월 18일−23일
이 섹션은 대안적 비디오 제작이 왕성하게 벌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최근 만들어진 작품을 선보인다. ‘인도네시아 비디오 아트 10년’ 컬렉션과 하노이 닥랩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지역의 영상교육이나 공동체 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된 생생한 현장활동의 소산이다. 이에 짝을 맞추어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실험적인 다큐멘터리의 중요 작품 네 편을 모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