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Rainy Season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동만이네 집에 외가 식구들이 피난 와서 함께 산다. 동만의 친삼촌은 빨치산이고 외삼촌은 국군으로 공비 소탕에 나섰다가 전사한다. 이 일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는 살벌해진다. 읍내를 습격한 빨치산들이 모두 사살당하자 동만의 아버지는 삼촌이 죽었을 거라 여긴다.


재구성의 경로들 (유관순 프로젝트)
Unfinished Work


한국전쟁을 거치며 쏟아진 유관순 전기는 남성 부재 상태에서 여성의 규범을 바로잡으려는 남성적 필요에 의해 재구성되었으며, 군사정권이 조국의 비극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초등학교 교정마다 동상으로 등장시켰지만 음험한 괴담이 유포되었다. 유관순은 식민지의 수난과 저항을 대표하는 여성 영웅이지만, 침탈당하는 육체의 주인인 그의 발언은 들을 수가 없다.


천년호
Thousand Years Old Fox


진성여왕은 즉위 전에 사모했던 김원랑을 유혹하고, 원랑의 부인 여화를 도성 밖으로 쫓아낸다. 아이를 안고 숲을 지나던 여화는 산적을 만나 연못에 뛰어든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김원랑은 연못에서 여화를 건져내는데, 그녀의 몸에는 온기가 남아 있다. 늙은 하인들은 연못에 천 년 묵은 여우의 혼이 깃들어 있으며, 여화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 수상하다고 수군거린다.


나이토 마사토시
Naito Masatoshi


늙은 여성들은 죽은 이들, 즉 아버지, 전쟁에서 죽은 남편, 급작스러운 일기 변화로 배가 침몰하며 죽은 어부 형제, 그리고 병으로 사망한 아이와 손자 손녀의 말을 듣는다. 이 여인들은 낮 동안에 친척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울고, 밤이면 흥에 겨워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죽은 이들이 살아 있는 여인들에게 삶의 빛을 다시 던져준다는 발상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람회의 그림
Pictures at an Exhibition


귀순한 북한단체의 문화 공연 속에는 국가에 대한 충성의 관성이 있었다 / 대만의 사라져가는 어느 소수 민족의 모습은 한 절경의 산을 안내하는 목조 동상으로만 기능하고 있었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공사 현장에서 관성의 불이 났다 / 전시장의 도슨트 메가폰은 관성을 숨기는 관성이다 / 전람회의 그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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