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환 Bae Young-whan

1969년 생. 서울에서 활동. 전시장과 공공미술의 현장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배영환은 ?유행가?, ?남자의길?, ?불면증?, ?노숙자수첩 프로젝트?, ?갓길 프로젝트?, 청각?시각 장애 학생들과의 협업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점자-만지는 글, 아름다운 기억?, 문화소외지구에 이동가능한 컨테이너 도서관을 보급하는 ?도서관 프로젝트?등의 작업들을 해왔다. 개인전 ?오토누미나?(2010) 이후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문제와 전통 문화를 해석하는 일련의 신작을 발표했다.

오토누미나 ? 만년 동안의 잠. 인왕산 선바위 Autonumina ? Ten Thousand Years’ Sleep. Seonbawi Inwang Mountain, 2010
Installation of celadon objects on wooden shelves, dimensions variable
배영환

서울의 인왕산에는 성과 속이 함께 산다. 인왕산에는 현대와 과거가 공존한다. 관념과 실재가 함께 하며, 군인과 무당과 등산객과 스님이 어울린다. 정치적 음모와 종교의 혼란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산의 영혼과 인간의 영혼이 인왕산의 바위에서 만난다. 바위들 속에는 토템과 샤먼의 자양분이, 인간 사이의 증오와 화해, 그리고 공포와 연민이 자란다.
 
고대의 산악숭배 사상과 바위 토템부터 지금의 아파트와 군부대까지, 유불선과 한국의 토착신앙이 모두 새겨져 있는 인왕산은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민중 이데올로기가 각축하는 하나의 압축이며 화석이다. 인왕산은 한국 정신사와 정치사, 그리고 풍속이 함께 사는 거대한 미니어처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과 영상으로 채집한 인왕산의 모습과 기존의 작품 <오토누미나>를 혼합한 설치를 출품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인식의 복합적인 지도를 나타내고자 했다. 그것은 우리의 뇌파 프린트처럼 보이기도 하고, 민화에 나타나는 보살들의 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노자와 공자, 석가와 단군, 산신령과 샤먼이 함께 살아온 자리인 인왕산을 기웃거리며 우리의 정신적인 서식처를 찾아가는 산책이다. [배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