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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간첩 할머니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는
귀신 간첩 할머니 Ghosts, Spies, and Grandmothers라는 제목으로, 9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 층에서 다양한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영화, 사진, 회화, 조각 등을 전시한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30여 편의 엄선된 영화와 비디오, 설치미술을 선보인다.
‘귀신’, ‘간첩’, ‘할머니’, 이 세 낱말은 전시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귀신’은 지배적 역사 서술에서 누락된 고독한 유령을 불러와 그들의 한 맺힌 말을 경청한다는 뜻으로 쓰고자 한다. 유령의 호출을 통해, 굴곡이 심했던 아시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불교, 유교, 무속, 도교, 힌두교의 발원지이자 그 종교적 영향이 여전히 깊은 아시아에서, 현대 미술가들이 그 정신문화의 전통을 어떻게 새롭게 발견, 발명하고 있는지 주목하고자 한다. 많은 참여 작가들은 제의, 신비, 환상, 공포, 숭고 등을 대하는 현대인의 독특한 양가감정을 다루며, 현대와 전통이 충돌하고 교섭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우리는 미디어와 미디움(영매)의 재결합을 통해, 현대 과학이 쫓아낸 귀신들이 미디어를 통해 되돌아오기를 희망한다.
‘간첩’은 아시아에서 식민 시대와 냉전의 경험이 특히 심각했다는 점에 주목하기 위한 키워드이다. 특히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동아시아에서 국수주의가 재등장하는 가운데, 방사능 재난으로 대변되는 벼랑 끝의 근대성을 뿌리 깊이 반성하는 계기를 찾으려 한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가 함께 겪은 거대한 국가 폭력은, 전쟁은 물론 사회의 극심한 상호 불신과 이념적 마녀사냥 등을 낳았고, 이는 여전히 이 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휴전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간첩'은 간첩 사건은 물론, 민주화 운동, 금기, 지역감정, 감시, 급진주의, 망명, 은행 전산망 해킹, 영화의 흥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를 것이다. 또한 코드 해석, 아카이빙, 통신을 다루는 다양한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 방법이, 어떻게 '간첩'의 활동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그 가치를 완전히 역전시키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할머니’는 권력에서 가장 먼 존재이자,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증인이다. 최근 위안부 할머니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은, 식민주의와 전쟁 폐해의 핵심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다른 한편, 한국 전통문화에서 ‘옛 할머니’는 자손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비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 한국에서 이는 하나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할머니의 간절한 기원'을 남성이 투사하는 손쉬운 상상으로부터 벗겨 내, 민중의 적층된 염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아마도 '할머니'는 권력에 무력한 존재이지만, ‘옛 할머니’가 표상하는 인내와 연민은 바로 그 권력을 윤리적으로 능가하며, 정치적으로 잠식하는 능동적인 가치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시티서울› 2014에 초청된 많은 작가의 작품은 ‘귀신’, ‘간첩’, ‘할머니’ 중 적어도 둘 이상의 주제에 부합한다. 양혜규, 배영환의 신작은 인류학적 지평에서, 영성과 문명에 대한 복합적인 상상을 자극할 것이다. 타무라 유이치로 Tamura Yuichiro 의 신작은 서울시립미술관 건물 자체를 주제로 삼아, 일제시대부터 최고재판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의 역사를 재구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티 위다사리 Otty Widasari 와 닐바 귀레쉬 Nilbar Güreş 의 초청작은 시적인 영상 속에서도, 새로운 미디어가 오래된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생각하게 할 것이다.
예술감독
박찬경(1965)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냉전, 남북관계, 한국의 전통 종교문화, 역사의 재구성 등을 주제로 다뤄왔으며 주요 영상 작업으로는 ‹신도안›(2008),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1), ‹파란만장›(2011, 박찬욱 공동감독), ‹만신›(2013) 등이 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레드캣(REDCAT), 독일 슈트트가르트 슐로스 솔리튜드 아카데미(Akademie Schloss Solitude)등 세계 전역에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곰상(2011),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부문 대상(2011) 등 약 10여 차례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안공간 풀 디렉터를 역임했고, ‹포럼 a›, 계간 ‹볼›의 편집위원을 맡으며 미술언어를 새롭게 생산하는데 힘써왔다. 현재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의 예술감독이다.
아이덴티티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의 아이덴티티는 ‘귀신’, ‘간첩’, ‘할머니’ 각각의 흔적, 혹은 존재하는 방식, 혹은 태도의 형태에서 실마리를 얻어 기본적인 구조를 만들고 이를 다시 조합하여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이다. 전시의 주제로서 삼자의 존재양식이 형상화되었을 때 우리는 그로부터 기원의 원형적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매듭처럼 묶여있던 것이 올올이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형태는 현대의 부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기간 동안 이 아이덴티티는 이미지를 품는 플랫폼으로, 또는 작품을 매개하는 지시적 기호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