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1969, 89min, Color, 35mm
신라의 마지막 왕인 진성여왕 시대, 도적떼를 물리치고 돌아온 김원랑은 여왕이 베푼 축하연에 참여한다. 그날 밤, 진성여왕은 즉위 전에 사모했던 김원랑을 유혹하고, 원랑의 부인 여화를 도성 밖으로 쫓아낸다. 아이를 안고 숲을 지나던 여화는 산적을 만나 연못에 뛰어든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김원랑은 연못에서 여화를 건져내는데, 그녀의 몸에는 온기가 남아 있다. 늙은 하인들은 연못에 천 년 묵은 여우의 혼이 깃들어 있으며, 여화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 수상하다고 수군거린다. 여화는 한밤중에 집을 나서 아이를 죽인 산적들을 유혹해 살해한다. 1960년대 최고의 상업영화를 만들던 신상옥 감독은 통치 주체와 신민의 역학 관계, 권력과 성이라는 영원한 이야깃거리를 공포영화의 정념으로 풀어낸다.
신상옥 감독은 10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고 70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연출자이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그는 한 해 두 편 이상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다작하며 ‘한국영화의 제왕’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