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2] 아시아 고딕 Asian Gothic / 9월 11일?17일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The Man with Three Coffins

Korea, 1987, 104min, Color, DCP

이장호 Lee Jang-ho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계해년이 저물어가는 어느 날 사내는 3년 전에 죽은 아내의 유골을 들고 동해의 ‘물치’를 찾는다. 아내의 고향인 북녘 땅에 유골을 묻고 싶지만 갈 수가 없어 해안가에 유골을 뿌리려던 그를 경비원이 쫓아낸다. 사내는 앓아 누운 북한 출신 노인과 간호사를 한 여관에서 만난다. 간호사는 관을 세 개 짊어진 남자와 결혼할 거라는 무당의 점괘를 들려주고, 사내는 자신이 그 남자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제하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으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혁신적인 작품에 주는 칼리가리 상을 받았다. 개인의 삶에 새겨진 역사를 시적인 은유로 상기하는 작품으로, 1980년대 금기를 깨는 역사인식으로 오래 기억되는 영화다.
 
이장호는 1945년 생으로, 신필름에서 영화에 입문한 뒤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바보선언?(1983),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어우동?(1985) 등이 있다. 1980년대 한국 영화가 갖고 있었던 현실과 영화의 간극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