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1979, 114min, Color, 35mm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동만이네 집에 외가 식구들이 피난 와서 함께 산다. 동만의 친삼촌은 빨치산이고 외삼촌은 국군으로 공비 소탕에 나섰다가 전사한다. 이 일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는 살벌해진다. 읍내를 습격한 빨치산들이 모두 사살당하자 동만의 아버지는 삼촌이 죽었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친할머니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점쟁이를 찾아가, 아들이 생존해 있고 곧 귀가한다는 점괘를 받아온다. 월남한 실향민이며 반공영화를 여러 편 만들었던 유현목 감독의 후기 대표작으로, 윤흥길의 중편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무장 게릴라 투쟁과 토벌, 상호 보복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 등 극심한 이념 갈등으로 얼룩진 분단의 기억, 야만의 시간을 샤머니즘으로 위무하며 진정한 화해를 위해 고투하는 작품이다.
유현목 감독은 1925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 그의 영화 ?오발탄?(1961)은 한국 비평가들이 뽑은 최고의 한국 영화로 여러 차례 꼽혔다. 비평가들은 그의 연출 경향이 네오리얼리즘의 전통에 속하는 동시에 모더니즘, 표현주의를 채용하기도 한다고 일컫는다. 2009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