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다 토모코 Yoneda Tomoko

1965년 생. 런던에서 활동. 일상적인 장소와 주제들을 다루는 요네다 토모코의 사진은 동시대의 현실, 그리고 장소와 연관된 드라마틱한 기억 및 역사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점점 더 아시아, 특히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의 관련 장소에 주목한다. 요네다는 도쿄도 사진미술관(2013), 플랫폼 서울 2009, 베니스 비엔날레(2007) 등에서 열린 수많은 국제 전시를 통해 호평을 받아왔다.
www.tomokoyoneda.com
www.shugoarts.com

?적운(積雲)? 연작 중에서. 히로시마 평화의 날 From the series Cumulus. Hiroshima Peace Day, 2011
Photographed on 6th August 2011 (The day the atomic bomb was dropped), Chromogenic print, 65×83 cm
요네다-토모코
Courtesy the artist and ShugoArts
2011년 3월 11일, 일본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된 지진이 일본 동부 지역에서 일어났다. 유래 없는 쓰나미의 후유증과 동일본 지진의 사후 충격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 나라는 다시 한 번 후쿠시마 다이이치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재앙으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아직도 떠오르는 일상적인 공포가 되었다. 연약한 인간들은 온갖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공포를 목격했고, 현상의 규모가 너무나 거대해서 개인은 저항할 힘을 상실했다.
 
이 비극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고 참여하는 지역공동체와 국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새로운 긴급 상황을 인지하면서 우리는 눈을 뜨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권위에 대한 복종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세계 초강대국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치열한 민주화의 과정을 거쳤고,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전쟁을 승인해왔다. 지금 이곳 도쿄에 머무는 동안 나는 이러한 일들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궁극적으로 내 마음 속에서 이 사건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다니게 했다. 인간 존재가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있는가? 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고분자 바이오 소재 중에 그 소재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그런 것이 있는가? 모든 것이 늘 비가시적이었다. [요네다 토모코]
?평행하는 타인의 삶?조르게 간첩조직과의 조우? 연작 중에서. 모던 호텔, 하얼빈(클라우젠 & 베네딕트) From the series The Parallel Lives of Others?Encountering with Sorge Spy Ring. Modern Hotel, Harbin (Clausen & Benedict), 2008
Gelatin silver print, 9.5×9.5 cm, Courtesy the artist and ShugoArts
요네다 토모코2
Private collection
1941년 10월,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암호명 람세이로 불리던 리하르트 조르게가 이끌던 간첩망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거의 끊임없이 전쟁 상태에 놓여 있었고, 그 결과 정부는 전체주의적 경향으로 흘러갔다. 인본주의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 혹은 약자에 대한 편견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혁명에 헌신할 필요를 느꼈을 수도, 또 공산주의가 유일한 해답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역사적 배경에서 펼쳐진 조르게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념을 위해 간첩들이 살아야 했던 이중적인 삶은, 다시 말하면 이들의 역사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이 경험한 역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행하는 삶은 곧 이들의 진정한 본질이고 진실이다.
 
중국에서 거주할 당시 서로 알고 지내던 조르게와 오자키는 나라 공원에서 만난 이후 일본에서 다시 연합하게 되었다. 또 다른 그룹의 멤버인 요토쿠 미야기라는 이름의 화가는 코이시카와 식물원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비밀 만남을 가지고,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 같은 장소에서 돈과 비밀 문서를 교환하고, 아주 일상적인 장소에서 밀회를 갖기도 했다.
 
이 이미지들은 이 간첩들, 혹은 이들 사이에 첫 비밀 만남이 이루어지는 불확실한 순간에 대한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잘 포착해낸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낡은 카메라를 가지고 매우 빠르게 사진을 찍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끔 작업했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즉흥성이 존재한다. [요네다 토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