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운(積雲)? 연작 중에서. 히로시마 평화의 날 From the series Cumulus. Hiroshima Peace Day, 2011
Photographed on 6th August 2011 (The day the atomic bomb was dropped), Chromogenic print, 65×83 cm
Courtesy the artist and ShugoArts
2011년 3월 11일, 일본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된 지진이 일본 동부 지역에서 일어났다. 유래 없는 쓰나미의 후유증과 동일본 지진의 사후 충격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 나라는 다시 한 번 후쿠시마 다이이치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재앙으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아직도 떠오르는 일상적인 공포가 되었다. 연약한 인간들은 온갖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공포를 목격했고, 현상의 규모가 너무나 거대해서 개인은 저항할 힘을 상실했다.
이 비극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고 참여하는 지역공동체와 국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새로운 긴급 상황을 인지하면서 우리는 눈을 뜨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권위에 대한 복종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세계 초강대국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치열한 민주화의 과정을 거쳤고,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전쟁을 승인해왔다. 지금 이곳 도쿄에 머무는 동안 나는 이러한 일들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궁극적으로 내 마음 속에서 이 사건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다니게 했다. 인간 존재가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있는가? 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고분자 바이오 소재 중에 그 소재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그런 것이 있는가? 모든 것이 늘 비가시적이었다. [요네다 토모코]
?평행하는 타인의 삶?조르게 간첩조직과의 조우? 연작 중에서. 모던 호텔, 하얼빈(클라우젠 & 베네딕트) From the series The Parallel Lives of Others?Encountering with Sorge Spy Ring. Modern Hotel, Harbin (Clausen & Benedict), 2008
Gelatin silver print, 9.5×9.5 cm, Courtesy the artist and ShugoArts
Private collection
1941년 10월,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암호명 람세이로 불리던 리하르트 조르게가 이끌던 간첩망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거의 끊임없이 전쟁 상태에 놓여 있었고, 그 결과 정부는 전체주의적 경향으로 흘러갔다. 인본주의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 혹은 약자에 대한 편견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혁명에 헌신할 필요를 느꼈을 수도, 또 공산주의가 유일한 해답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역사적 배경에서 펼쳐진 조르게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념을 위해 간첩들이 살아야 했던 이중적인 삶은, 다시 말하면 이들의 역사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이 경험한 역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행하는 삶은 곧 이들의 진정한 본질이고 진실이다.
중국에서 거주할 당시 서로 알고 지내던 조르게와 오자키는 나라 공원에서 만난 이후 일본에서 다시 연합하게 되었다. 또 다른 그룹의 멤버인 요토쿠 미야기라는 이름의 화가는 코이시카와 식물원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비밀 만남을 가지고,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 같은 장소에서 돈과 비밀 문서를 교환하고, 아주 일상적인 장소에서 밀회를 갖기도 했다.
이 이미지들은 이 간첩들, 혹은 이들 사이에 첫 비밀 만남이 이루어지는 불확실한 순간에 대한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잘 포착해낸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낡은 카메라를 가지고 매우 빠르게 사진을 찍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끔 작업했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즉흥성이 존재한다. [요네다 토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