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무라 유이치로 Tamura Yuichiro

1977년 생. 베를린과 도쿄에서 활동. 타무라 유이치로는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 필름 앤 뉴미디어 대학원의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그는 사진을 출발점으로 삼아 영상의 가능성을 부단히 추구하면서 영상, 설치, 퍼포먼스와 같은 여타 매체를 넘나들어왔다. 타무라의 영화 ?나이트리스?는 2010년 제14회 일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국제적으로 상영되었다. www.damianoyurkiewich.com

세와료리스즈키보초(世話料理?包丁) Suzuki Knife, Social Cooking, 2014
Mixed media installation
타무라유이치로
Commissioned by SeMA Biennale Mediacity Seoul 2014
조선인 관리나 문인 일행이 일본의 쇼군과 만나는 조선통신사는 일본의 에도 시대에 총 12번 행해졌다. 그 중 11회째인 1764년, 조선통신사가 오사카에 머물던 중, 조선통신사 수행원인 최천종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쓰시마 번의 하급무사이자 통역을 맡았던 스즈키 덴조임이 밝혀진다. 이 사건에 관한 기술이나 기록은 한일 양쪽에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설에 따르면 조선의 하급관리가 거울을 분실한 사건과 관련된 다툼이라고 한다. 사용된 흉기에 관해서는 “일본제 창날 15cm, 세키 시의 대장장이 가네사다 제작”이라는 정보가 남아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곧바로 가부키나 교겐의 공연 소재로 다뤄졌다. 그 중에서 가장 빨리 공연된 가부키로 ?세와료리스즈키보초?가 있다. 줄거리, 등장인물 모두 미묘하게 변형되었는데 선정적이고 미묘한 국제 문제 때문에 막부의 명령으로 공연이 곧바로 중지되었다. 공연 제목 <세와료리스즈키보초>에서 스즈키(‘농어’라는 뜻)는 범인인 스즈키 덴조의 스즈키를 말하며, 보초는 흉기로 쓰였던 식칼을 지시한다. 타무라는 바로 그 세키 시(?市)에서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식칼을 만드는 한 늙은 대장장이 장인을 만나 농어를 손질할 수 있는 식칼 제작을 의뢰한다.
 
1928년 조선총독부가 서울에 세운 고등재판소는 현재 ?미디어시티서울?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바뀌어 있다. 여기서 많은 재판이 행해졌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왠지 이 건물에는 사람이 사람을 재판하는 행위의 어려움이 감돌고 있다. 여느 때보다 복잡한 시대이니 더욱더 그러하다. 일본어로 물고기를 가르거나 손질하는 것을 ‘사바쿠’라고 한다. 재판과 똑같이 ‘사바쿠’로 읽는다. 어원은 똑같고 사물을 자르거나,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것, 혼란스러운 일을 풀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어는 일본이나 한반도 해안에만 서식하고 있다. 작가는 대마도에서 농어를 낚시로 잡아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손질했다. [타무라 유이치로, 김정복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