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siren eun young jung

1974년 생. 서울에서 활동. 정은영은 이름 모를 개개인의 들끓는 열망이 어떻게 세계의 사건들과 만나는지, 그것이 어떻게 저항이 되거나 역사 혹은 정치가 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2008년부터 여성 국극 배우 공동체를 추적하는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이 작업으로 에르메스 미술상(2013)을 수상했다. ?시연?(2010)을 비롯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과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 Le Nouveau Monde Amoureux, 2014
Performance, 45 min.
정은영
Commissioned and produced by Asian Culture Complex-Asian Arts Theatre
Supported by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Office for the Hub City of Asian Culture and SeMA Biennale Mediacity Seoul 2014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는 ‘판소리’를 관통하는 특유의 전통미학과 연희적 성격에 기대고 있다. 공연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춘향가’의 사설과 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만, 이 전형적인 낭만적 서사의 전개 속에 시종일관 당대의 계급의식을 뒤흔드는 부단한 투쟁이 담겨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춘향가’의 계급투쟁은 여성에게 강요된 절대 선이자 성별 역할인 ‘일부종사’를 담보함으로써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데, 공연은 ‘계급투쟁’을 도모하기 위해 포기한 척하는 ‘성별투쟁’으로 점차 관심을 옮긴다. 거의 귀신의 흐느낌에 가까운 애통한 자기고백적 소리를 통해, 춘향이 쉴 새 없이 폭로하는 이 근본적 취약성, 즉 춘향의 딜레마와 분열증을 포착한다. 이 공연에 등장하는 다섯 배역인 재담꾼, 고수, 학자, 소리꾼, 여성국극배우는 각각 판소리 연희의 중요한 형식적 요소인 서사, 장단, 이면(의미), 창, 수행의 현현이다. 판소리의 형식적 분화를 통해 얻어낸 각 인물의 특징은 그들 각각의 수행을 통해 변형되고 다시 구성된다.
 
이 작품은 ‘감정의 공동체’로서의 이상적 공동체를 제안한 19세기의 공상적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1772~1837)의 동명의 논고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아시아예술극장의 지원으로 제작, 공연되었으며, ?미디어시티서울? 2014의 도움으로 새롭게 수정, 제작되었다. [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