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굿: 만신들 1978-1997> 연작 중에서. 거제도 별신굿, 경상남도 거제군 죽림마을
From the series Korean Gut: Shamans 1978-1997. Geoje-do Byeolshin-gut, 1986
Archival pigment print, 40×58 cm
Courtesy Kim Soo-nam Foundation
김수남은 동아일보사 출판사진부 기자로 활동했던 1979년 ?신동아?에 연재된 ?문명의 외곽? 시리즈를 통해 처음 서울의 굿당과 점집 등의 사진을 선보였다. 박정희 정권 말기 새마을운동이 전국을 휩쓸고 있던 때, 도시와 농촌 어디에나 편재하던 한국의 무속과 굿은 근대적 산업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낙인 찍혔다. 김수남은 무속에 대한 말살 정책을 목격하면서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 종교이자 문화로서 무속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후 김수남은 20년 이상 전국의 굿 현장을 다니면서 무당과 신자들의 모습, 한반도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제례로서 무속의 세부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김수남의 유작전 ?한국의 굿: 만신들 1978-1997?에 전시되었던 40여 점의 흑백사진 중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타계하기 직전 자신의 대표작으로 선정해 친필 서명을 남긴 작품들이다. 한반도의 굿을 망라한 이 사진들에는 지금은 그 자취가 거의 사라진 한국 무속 신앙의 원형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의 굿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산 자를 위한 굿(제재초복 除災招福 굿), 죽은 자를 위한 굿(사령 死靈 굿), 그리고 무당 자신을 위한 굿(신굿)이 그것이다. 먼저 ?거제도 별신굿?, ?옹진 배연신굿?, ?위도 띠뱃굿?, ?제주도 영등굿? 등은 한반도 어촌 지역에서 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했던 마을의 공동 제의다. ?경기도 도당굿?과 ?은산 별신굿?은 주로 농촌 지역에서 행해졌던 향토신제(鄕土神祭)의 성격을 가지며, 양주 소놀이굿은 집안의 액을 막고 복을 불러들이는 안택(安宅)굿으로 분류된다. ?황해도 지노귀굿?, ?평안도 다리굿?, ?전라도 씻김굿?, ?수용포 수망굿? 등은 죽은 이의 넋을 불러 달래고 저승으로 천도하는 의례다. 마지막으로 무녀가 되기 위한 입무식인 황해도 내림굿은 신내림이라는 초월적 경험을 거쳐야만 하는 강신무의 탄생 과정을 기록한다. [한선희]